전세사기를 AI가 막는 구조, 과기정통부·경기도 '경기 안심 부동산(GRTS)' 해부
2026년 9월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가 AI 기반 전세계약 위험 진단 서비스 '경기 안심 부동산(GRTS)'을 공식 출시했다. 주소와 보증금액을 넣으면 AI가 권리관계를 분석하고, 공인중개사 1만 5천 명이 현장에서 교차 검증한다. 흥미로운 것은 서비스보다 구조다. "AI는 정보를 주고, 책임은 사람이 진다"는 원칙을 정부 서비스가 시스템으로 명문화했다.
배경 수치부터. 전세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2026년 7월 말 기준 누적 40,936명이고, 그중 75.9%가 40세 미만이다. 경기도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가 많은 지역이며, 기초지자체 최다 피해 지역도 수원이다. GRTS는 이 문제를 겨냥해 과기정통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디지털 기반 사회현안 해결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 국비 12억 원과 도비 2억 원이 투입됐다. 9월 15일 '2026 경기 부동산 콘퍼런스'에서 포털(grts.gg.go.kr)이 열렸고, 10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시범운영을 거쳐 2027년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이용은 무료다.
| 항목 | 내용 |
|---|---|
| 서비스 | 경기 안심 부동산 (GRTS): grts.gg.go.kr |
| 주체 | 과기정통부 + 경기도 (NIA '디지털 기반 사회현안 해결 프로젝트' 선정) |
| 예산 | 총 14억 원 (국비 12억 + 도비 2억) |
| 일정 | 2026.09.15 출시 → 10.1~12.31 시범운영 → 2027 정식 운영 |
| 구조 | 계약 전·중·후 3단계 AI 분석 + 공인중개사 현장 검증 결합 |
| 대상·비용 | 경기도 임차인·임대인, 무료 (1차 아파트 → 전 주택 유형 확대 중) |
| 협약 기관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국감정평가사협회, KB국민은행, 한국평가데이터, NIA |
GRTS의 시스템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된다. 아래층은 계약 전·중·후를 각각 담당하는 3단계 AI 분석이고, 위층은 '안전전세 지킴이' 공인중개사 약 1만 5천 명의 현장 검증이다. AI 단독 판정이 아니라, 기계 분석과 인간 확인이 교차하는 이중 구조다.
단계별로 뜯어보면 이렇다. 계약 전: AI가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시세·선순위 채권관계 등 공공·민간 데이터를 종합해 권리분석 보고서를 만든다. 소유자와 계약상대방의 일치 여부, 압류 등 소유권 제한, 선순위 근저당 규모, 위반건축물 여부, 시세 대비 보증금 비율, 그리고 경매로 넘어갈 경우의 예상 낙찰가와 보증금 회수 가능성까지 계산한다. 계약 중: 음성인식(STT)으로 공인중개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계약서의 누락 사항을 분석한다. 계약 후: 등기부 변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해 근저당 설정, 소유권 이전 같은 이상 징후를 알려준다. 분석 결과는 AI 챗봇으로 추가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왜 AI만으로 끝내지 않고 중개사를 시스템 안에 넣었나?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출시 발언이 설계 사상을 요약한다. "AI는 정보를 줄 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현장 확인과 계약 당사자 확인은 공인중개사의 전문가 영역이다." 분석은 기계에, 확인과 책임은 사람에게: 역할 분담을 시스템 구조로 박아넣은 것이다.
실무적으로도 이 결합이 커버리지를 만든다. 임차인이 서비스를 몰라도, 2025년 출범한 '경기 안전전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현장에서 AI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위험요인을 설명한다. 데이터 분석만 제공하는 기존 프롭테크 앱과 구조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다. 정보가 화면에 뜨는 것과, 책임 있는 전문가가 그 정보를 들고 계약 테이블에 앉는 것은 다른 안전망이다.
이것은 AI 시스템 설계 용어로 정확히 human-in-the-loop, 그중에서도 검증 계층을 사람이 담당하는 구조다. EU AI법 사고 보고 사건에서 확인했듯 "AI는 법적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GRTS는 그 원칙을 회피하지 않고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책임질 수 없는 것에게 판정을 맡기지 않고, 판정 재료를 만들게 한 것이다.
GRTS의 진짜 혁신은 AI 분석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명문화다. "AI는 정보를 주고 사람이 책임을 진다". 이 문장을 시스템 구조로 구현한 첫 번째 정부 서비스 중 하나다.
한계와 지켜볼 지점은 무엇인가?
아직 시범 단계다. 1차 개발은 아파트 대상이고,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다세대·다가구는 중앙부처 데이터 연계가 확보되어야 2차로 확대된다. 시스템의 커버리지와 실제 피해 분포 사이에 시차가 있다.
- 데이터 공백: 전세사기의 온상인 다세대·빌라는 시세 산정 자체가 어렵다. AI 분석의 품질은 결국 입력 데이터의 품질에 묶인다
- 검증층의 신뢰: 중개사가 검증 주체가 되는 구조는, 중개사가 공모하는 유형의 사기에는 취약할 수 있다. '안전전세 지킴이' 인증 관리가 실질적 방어선이다
- 알림 이후의 공백: 계약 후 모니터링이 이상 징후를 알려줘도,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법적 대응 수단은 별개 문제다. 진단과 구제의 연결이 다음 과제다
- 확산 가능성: 경기도 모델이 성공하면 타 시도 복제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지방정부 AI 사례들처럼, 지역 데이터만 바꾸면 이식 가능한 구조인지가 관건이다
기업의 AI 시스템 설계자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GRTS는 고위험 도메인에서 AI를 배포하는 교과서적 패턴을 보여준다. ①위험 구간 전체를 커버하고(전·중·후) ②판정 재료와 판정 책임을 분리하며 ③책임 주체를 시스템 안에 명시한다. 이 세 가지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기업 버전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첫째, AI 검증을 산출물 생성 시점 한 곳에만 두지 말 것: 입력 단계(계약 전), 처리 단계(계약 중), 배포 이후(계약 후)를 각각 커버하는 GRTS의 3단계는 그대로 기업 AI 파이프라인의 체크포인트 설계가 된다. 둘째, AI 출력을 최종 판정으로 쓰지 말 것: 검증 에이전트조차 판정 재료를 만드는 장치이지 책임 주체가 아니다. 셋째, "이 결과에 최종 서명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조직도에 써둘 것.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언어로 말하면, GRTS는 Harness(권리분석·설명의무 점검)와 Loop(24시간 모니터링·알림)를 갖추고 그 바깥에 인간 책임층을 세운 구조다. 전세 계약이라는 고위험 트랜잭션에 어울리는 정석 배치다.
피해자 4만 명을 낳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 "AI 단독 판정 시스템"이 아니라 "AI 분석 + 인간 책임"의 이중 구조였다는 점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 기술 낙관도, 기술 회피도 아닌 역할 분담: 분석은 기계가 사람보다 넓게 하고, 책임은 사람이 기계 대신 진다. 10월부터 시작되는 시범운영이 증명해야 할 것은 AI의 정확도만이 아니라 이 분담 구조가 실제 계약 현장에서 작동하는가다. 성공한다면 GRTS는 전세사기 대책을 넘어, 고위험 영역에 AI를 배치하는 한국형 표준 설계도가 될 수 있다.
참고: 경기 안심 부동산 공식 포털 · AI로 전세사기 위험 진단…10월 시범운영 — 이코리아 (2026.09) · 주소 넣으면 AI가 거래 위험 진단 — 이투데이 · 전세사기 피해 현황 —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