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철학자가 말하는 AI 시대의 인문학, 김형석 《AI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1920년생, 기네스 공식 인증 현존하는 세계 최고령 철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평생을 보낸 김형석 교수가 107세에 묻는다. AI가 모든 답을 만들어주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그 질문 자체가 인문학이라고, 그는 말한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 시카고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연구 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 1960~70년대에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100세를 넘긴 후에도 《백년을 살아보니》, 《백년의 독서》를 내며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그 사람이 107세에 AI를 주제로 책을 냈다. 제목부터 직설이다. 《AI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백 년을 산 사람이 AI를 만났을 때
이 책은 네 개의 강(講)으로 구성되어 있다. 1강 "인문학,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 2강 "인문학과 종교, 서로를 비추다", 3강 "철학, 생각의 길을 걷다", 4강 "역사를 읽고, 미래를 그리다." 기대했던 AI 기술론은 3강에 가서야 등장한다. 제목에 AI를 달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AI가 아니다. 인간이다.
김형석 교수는 AI 기술 자체를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인문학이 없으면 AI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가? 그의 대답은 단호하다. "인문학적 성찰 없이는 AI 기술도 올바르게 활용되기 어렵다."
자연과학은 답을 주고, 인문학은 질문을 준다
3강 "인문학과 현대 기술, 그리고 AI 문제"에서 김형석 교수는 학문의 성격을 구분한다. 자연과학은 같은 질문을 열 번 하면 열 번 같은 답이 나온다. 자연의 '법칙'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다. 사회과학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지만, 현실적 타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인문학은 다르다. 인문학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삼는다. 삶에서 어떤 가치가 우선되는지, 어떤 삶의 가치를 장려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 차이는 현실 사회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에서 보듯이, 자연과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사고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일은 늘 일어난다.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의 이성을 사용해 '진리를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에 있다.
AI는 패턴을 학습하고 통계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답을 출력한다. 하지만 "이 답이 옳은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이런 질문에 AI는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대답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AI에 의존하면, 사상은 빈곤해진다
김형석 교수가 AI 시대를 경계하는 지점은 기술의 위험이 아니다. 인간의 사유가 퇴화하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데, AI에 의존하면 그것을 잃게 된다. 똑같은 질문을 AI에게 물어서 똑같은 대답이 나온다면,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검색이다.
107년을 살아온 사람의 관찰은 단순하지만 날카롭다. 이성은 인간이 자신의 이성을 사용해서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의 가치를 장려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이 중요한 선택인지를 판단하는 힘이다. AI가 이 판단을 대신해주는 순간, 인간의 사상은 빈곤해진다.
이것은 추상적인 철학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AI에게 이메일을 쓰게 하고, 보고서를 쓰게 하고, 전략을 짜게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도구로 쓰는 것과 의존하는 것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AI를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김형석 교수는 AI 문제를 논의할 때 인문학은 기술과 별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것이 갖는 책임과 권리를 따지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정확성"은 자연과학이 검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옳은가", "공정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 것은 인문학만이 할 수 있다.
이 구분은 AI를 프로덕션에 배포하는 실무자에게도 유효하다.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엔지니어링이다. 하지만 그 모델이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어디까지 자동화해야 하고 어디서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 이 판단은 기술 바깥에 있다.
107세의 속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내용이 아니라 존재 자체다. 1920년에 태어난 사람이 2026년에 AI를 주제로 책을 쓴다는 사실.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생성형 AI까지: 한 사람의 생애 안에 이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김형석 교수는 평생 연구와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고,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107세에도 그가 책을 쓰는 이유는 아마 단순할 것이다. 물어야 할 질문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질문을 할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인간의 의지다.
AI가 답을 만들어주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하지만 107세 철학자는 속도에 관심이 없다. 그는 방향을 묻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가.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이 인문학이고,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AI의 출력값과 다를 바 없어진다. 엘렌 랭어가 《늙는다는 착각》에서 마음의 틀이 현실을 바꾼다고 했듯, 김형석 교수는 인간의 사유가 기술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AI 시대에 인문학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것: 그 선언의 무게는, 100년을 넘게 사유해온 사람이기에 더 묵직하다. AI를 업무에 도입하는 기업이라면, 검증 에이전트를 설계하는 기술적 접근과 함께, "이 기술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인문학적 질문도 함께 던져야 한다.
참고: 김형석, 《AI 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2026). 107세 철학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인문학 여정.
기술과 인문학, 균형 잡힌 AI 교육이 필요하신가요?
AI 도구 활용법만이 아니라, AI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판단과 사고의 프레임워크까지, 기업 맞춤 AI 리터러시 교육을 설계합니다.
AI 교육 상담하기